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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어바웃 타임 (2013)을 보고.

미드도 요즘 볼게 없고, 영화도 별루 맘에 드는게 없고, 어제 한 무도나 다운받아 볼까? 하며 모사이트를 뒤적거리다가 어떤 게시물에서 자기 인생 영화 1위라며 추천해 놓은 걸 보고 다운 받음.


마침 시드는 꽤 살아 있어서 금방 슝슝 다운받아 봄.


보는데, 참 나.


이런 해괴망측한 스토리를 인생영화라니.


사실은 나는 영화든 드라마든 해괴망측한 것을 좋아한다.


극작가 혹은 감독의 오리지낼러티가 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의 시선이 녹아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 독특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 주제가 어떻건, 어떤식으로 전개하건, 어떤 방식을 차용하던은 전혀 상관없다.


이건 먼 영화여?


여기서 내가 해괴망측한 영화라고 표현한 것은


급박함 아찔함 롤러코스트같은 어떤 출렁거림이 없는 그야말고 밋밋하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고 현실성을 담지 않은 이상향같음을 의미한다. 


채소로 따지면 아무맛도 없고, 양념 맛에 의지하는 배추와도 같은 영화다.


스프가 없는 그냥 밀가루 면같은 영화다.


식탁에 놓여 있는 갖가지 반찬들을 보라. 재료들을 보라.


모두다 자신의 고유한 맛을 뽐내고 있다.


무우, 당근, 양파, 감자 등등 모두 다 자신의 오리지낼러티가 있는 것이다.


근데 배추만은 이게 먼 맛인지 몰것다. 미세하나마 맛을 보고 이게 배추구나 하고 구별할 수는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지.


이 영화는 시간여행이라는 말도 안되는 요소를 추가하긴 했지만 -머 그럴 수 있지.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는 컨셉이기도 하구-


정말 평탄하게 잘 먹고 잘 산다는 내용이다. 아 씨바 이런 내용 정말 싫어.


국내 드라마 "나인"을 보면 시간여행이 얼마나 재밌는 소재로 쓰였는지, 얼마나 작가의 상상력이 잘 녹아 있는지, 극명하게 대비된다.


게다가 어바웃타임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새퀴는 먼 일생을 꽃을 쫒는 숫벌마냥


하는 짓이 허구헌 날 여자 쫒아 댕기는 거다.


도대체 왜 저렇게 발정난 숫캐마냥 사냐고, 섹스 이외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주위에 산재해 있는데.


물론 많은 일들 중에 여자 쫒는 데 포커스를 맞춰서 쓴 내용이겠지.


근데 이건 작가의 정신상태를 가감없이 드러내는 거지. 여자를 쫒는 헌터같은 정신세계 말여.


작가가 극본을 잘 쓰면 말도 안되는 소재로도 저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반대로 개허접같은 작가 새끼가 만들면 흥미로운 소재로도 어바웃 타임처럼 저런 밋밋한 진폭없는 상상력을 전혀 자극시키지 않는 배추맛같은 산물이 나오는 거거든.


달과 꼭지를 보면 이거도 어쩌면 일생을 여자 뒷꽁무니 쫒는 내용이지만, 독특한 작가세계가 녹아 있다면 얼마든지 관람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얼마든지 여자라는 한가지 주제로도 다른 기타등등을 커버할 수 있는 것이다.


극작가 혹은 감독이 멀 어떡하냐에 따라.


"아 씨바 저게 머냐고. 맨날 여자만 쫒아 댕겨"에서 얼마든지 "요로코롬 해서 여자를 쫒아댕기게 되는 군아" "거참 나 같으면 이럴때 어떡하지?" 등등으로 바뀌게 되는 거란 말이다.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얘기한 바도 있지만


"말도 안돼. 시간여행이라니. 풋" 에서 "어라 시간여행이란게 말도 안되지만, 묘하게 동화되네. 저럴 수도 있지 않을까?"


로 좀 전환시킬 먼가를 니 알량한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보란 말이다.


이 한심한 작가야. 이 한심한 감독아.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좀 해보니


내가 좀 오해한게 있긴하다.


어바웃 타임이 인생영화라는 문구를 보니


모 사이트의 모 회원이 자기 인생에서 감명을 받았던 인생에서의 1위란 뜻이 아니고, 말그대로 라이프스토리란 뜻이다. 인생을 다룬 영화. 이런 뜻.


인생영화는 무슨 인생영화. 여자 꽁무니 쫒는 얘기다. 헐. 꽁무니 쫒고, 아부지 사랑하고, 가족들 사랑하고, 이런 저런일 겪고 가족과 지내면서 인생이 이만큼 흘러왔다. 머 이런거임. 말 그대로 인생영화는 인생영화네.


인생영화를 논하려면 식스핏언더 같은 미드를 봐라.


식스핏언더의 엔딩장면 같은 경우는 정말 눈물나서 미치는 줄 알았지.



주식 얘기를 해보자.


주식도 마찬가지다.


세력이 입성하지 않은 주식이 주식이냐고. 출렁임이 없는 주식이 주식이냐고.


마치 입성하기전 매집단계의 주식, 끝없는 박스권에 갇혀 저항선에서 몸서리치게 고통받는, 반등할려고만 하면 이때다 싶어 덩어리 매도가 나오는, 반등하려 하면 가로막기 신공으로 대량 매물을 홋가에 박아놓는 그런 주식이 바로 어바웃 타임같은 영화다.


카타르시스가 없는거야. 맛이 없는 거야. 출렁임이 없는 거라고.


혹자는 말한다.


출렁임이 없는 주식이 좋은거여. 우량주는 원래 출렁임이 없는거여.


나는 말한다.


그 출렁임을 이용해서 수익을 내는데, 그게 없으면 대체 어쩌라는 거여.


백날 천날 요동없는 주식 쥐고 있으면서 하느님 아부지나 찾고 있을래?


출렁임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내것으로 만드느냐가 관건인 거여.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추천한 모 사이트의 어떤 넘한테 말하고 싶다.


비몽사몽으로 고통받은 내 두시간 돌려내라.


"넌 내게 배추맛을 줬어"